강아지 아토피의 모든 것 - 5 -
관리자
지난 포스팅에서는 강아지 아토피를 치료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서 1차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인 ‘스테로이드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토피에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약물인 ‘항히스타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는 사람에게도 다양한 질환에 다빈도로 처방되는 약물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함께 알아두면 장기간 유용한 지식이 될 것입니다.
1. 항히스타민제?
항히스타민제란 한자와 영어가 결합된 단어로, 저항한다는 뜻의 ‘항(抗)’과 체내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히스타민(histamine)이 결합된 합성어입니다. 즉, 히스타민의 작용에 저항하는 물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히스타민은 무엇일까요.
히스타민(histamine)의 구조식
히스타민은 곰팡이, 풀과 같은 외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체내로 들어올 때 분비되는 화학물질입니다. 주로 비만세포와 호염구에 의해 분비되며, 전신에 분포하는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려움, 눈물, 콧물 등의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한 히스타민 수용체는 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특정 부위의 부종을 유발하고, 염증을 증가시키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과 히스타민 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결합이 차단되면 가려움, 눈물, 콧물, 부종과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2. 항히스타민제의 효과
알레르기가 있는 동물의 치료에서 항히스타민제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는 다수 발표되어 왔으며, 이를 종합하면 약 10~30%의 강아지에서 증상 개선이 관찰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스테로이드에 비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의 작용 기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염증 반응은 히스타민 경로 외에도 매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합니다. 즉,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하더라도 다른 알레르기 원인과 경로를 통해 염증 반응이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점은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심한 가려움이 발생한 이후에 투약할 경우 효과는 현저히 감소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를 예측하여 미리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가려운 이후 약을 투여하면 효과가 감소합니다.
항히스타민제의 효과는 개체별로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강아지는 모든 종류의 항히스타민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반면, 어떤 강아지는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반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효과 여부와 적정 용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뿐 아니라 투약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합니다.

투약 후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항히스타민제는 강아지 아토피 치료에서 2차 선택 약물로 분류됩니다. 다만 장기간 사용 시에는 스테로이드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
항히스타민제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진정 작용, 즉 졸음입니다. 사람의 경우 운전이나 기계 조작과 같은 일상생활에 문제가 될 수 있으나, 강아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졸리면 휴식을 취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항히스타민제의 주요 부작용 : 졸음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면 가려움이 완화되는 동시에 졸음이 나타나고 전반적인 활력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오히려 주작용으로 전환하여 수면유도제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러한 상태는 수일 내에 호전됩니다. 만약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복용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강아지에게 지르텍(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항히스타민제의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 역시 개체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어떤 강아지는 다른 아이들보다 부작용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항히스타민제의 종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뇌로 쉽게 침투하여 진정 작용을 유발하는 반면,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러한 특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다만 2세대 항히스타민제 중 terfenadine은 사람에서 심각한 심장 부정맥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동물에서도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항히스타민제는 간에서 대사되므로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녹내장, 요정체, 장무력증이 있는 경우에는 꼭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용을 피해야 합니다. 더불어 일부 항히스타민제는 선천적 기형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임신 중인 강아지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동물실험에서 기형 유발이 보고된 항히스타민제 ‘푸라콩정’
지금까지 항히스타민제의 기전,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항히스타민제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지만, 이 정도의 이해만으로도 기본적인 작용 원리와 특징을 파악하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려인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아토피가 있는 강아지는 가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성공적인 치료란 가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려움을 조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는 필요에 따라 가려움 완화를 위해 사용될 수는 있지만, 아토피 치료의 주된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세 편의 포스팅을 통해 아토피 치료의 일반적인 접근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아토피가 있는 강아지를 위한 목욕법 등 보완적 치료 방법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반려인의 올바른 지식이 반려동물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듭니다.